3부 · 사이글 3

오늘 밤의 자리

이 글은 실제 시설이나 지원 절차를 묘사한 것이 아닌 가상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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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실제 시설이나 지원 절차를 묘사한 것이 아닌 가상 장면이다.

정은은 가방 안에 아이의 옷을 넣었다가 다시 꺼냈다. 며칠 동안 필요한 양이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옷이 많으면 오래 맡기려는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했고, 적으면 무책임한 사람처럼 보일까 두려웠다. 결국 작은 가방과 손에 드는 봉투 하나가 되었다.

서윤은 가장 오래 쓴 잠옷을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정은은 더 깨끗한 것을 가져가자고 했다가 아이의 표정을 보고 말을 바꾸었다. 익숙한 옷이 필요한 사람에게 새 옷이 더 좋은 답은 아닐 수 있었다.

새로 머무는 곳의 어른은 서윤에게 먼저 이름을 말했다. 정은에게 필요한 설명을 하면서도 서윤이 없는 것처럼 대화하지 않았다. 오늘 어디에서 잘지 보여 주고, 불편한 것이 있으면 누구에게 말할 수 있는지 알려 주었다.

정은은 아이가 머무는 동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물었다. 대답을 듣는 내내 고개를 끄덕였지만 절반쯤은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았다. 담당자는 중요한 일정과 연락할 사람을 적어 주었다. 잘못 들었거나 잊으면 다시 물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 말에 정은은 처음으로 질문을 하나 더 했다.

“이렇게 맡기면 제가 아이를 버린 건가요?”

상대는 곧바로 좋은 엄마라는 평가를 주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안전과 돌봄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함께 확인해야 하고, 아이의 생활도 계속 살필 것이라고 했다. 정은은 자신을 칭찬하는 말보다 그 설명을 더 오래 들었다.

서윤은 어머니의 옆에 서서 봉투를 만지작거렸다. 어머니가 떠나야 한다는 말을 알고 있었다. 언제 다시 오는지 물었다. 정은은 입에서 나올 뻔한 내일이라는 말을 삼켰다. 확실하지 않은 약속으로 아이를 달래지 않기로 했다. 정해진 다음 연락과 만남의 계획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함께 설명했다.

헤어지는 순간이 편안했던 것은 아니다. 아이는 울었고 정은도 울었다. 안전한 절차가 있다고 이별의 슬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슬픔을 누군가의 실패라고 이름 붙이지 않는 어른들이 있었다. 아이를 빨리 조용히 시키려고 엄마가 힘드니 울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정은이 돌아간 뒤 서윤은 가져온 잠옷을 꺼냈다. 새로 만난 어른은 갈아입을 시간을 기다려 주었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겠다고 했을 때 곧바로 감사할 줄 모르는 아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다음에 다시 먹을 수 있는지 알려 주고 물을 놓아 주었다.

정은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방이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마음이 가벼워진 것은 아니었다. 빈손이 된 것 같아 걸음을 멈췄다. 그래도 다음에 연락할 사람이 적힌 종이는 주머니에 있었다. 혼자 끝을 정하지 않아도 되는 약속이 남아 있었다.

이 장면이 모든 가족에게 맞는 답은 아니다. 실제 분리의 필요성과 방식은 상황별로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어떤 가족에게는 함께 지낼 지원을 늘리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느 선택이든 아이와 부모가 설명 없는 공백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늘 밤의 자리는 마련되었다. 이제 어른들은 내일의 자리도 생각해야 한다. 침대 하나를 내어 준 뒤 책임이 끝나는 이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