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 23장

사회의 책임을 말하면 부모의 책임이 사라질까

사회 안전망의 문제를 이야기하면 이런 반응을 듣기 쉽다. 결국 부모가 한 일인데 왜 사회 탓을 하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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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안전망의 문제를 이야기하면 이런 반응을 듣기 쉽다. 결국 부모가 한 일인데 왜 사회 탓을 하느냐는 것이다. 반대로 부모의 책임을 강조하면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두 질문은 중요한 경계를 지적하지만, 서로를 지우는 방식으로 쓰이면 논의가 멈춘다.

개인이 한 행동의 책임과 그 행동을 막기 위해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다른 층위의 문제다. 누가 무엇을 했는지 확인하고 책임을 묻는 일은 필요하다. 동시에 도움을 구할 길이 있었는지, 기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살펴야 한다. 한쪽을 묻는다고 다른 쪽의 질문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예방을 위한 검토는 범행의 이유를 대신 만들어 주는 일이 아니다. 더 일찍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알아보는 일이다. 지원이 부족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해친 행동이 정당해지지는 않는다. 반대로 개인의 책임이 분명하더라도 지원 체계의 실패가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

가상의 회의에서 한 기관은 담당자가 규정대로 했다고 설명한다. 다른 기관은 자신에게 통보된 정보가 없었다고 한다. 모두의 말이 부분적으로 맞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누구를 무조건 비난할지가 아니라 규정과 연결 자체가 충분했는지로 이어져야 한다. 규정을 따랐다는 사실은 검토의 끝이 아니라 하나의 자료다.

사건이 벌어진 뒤 최전선의 직원 한 명만 처벌하는 방식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 업무량과 자원, 권한과 보고 구조를 함께 살펴야 한다. 그렇다고 구조가 어려웠다는 이유로 개별적인 잘못을 모두 지울 수는 없다. 무엇을 알았고 어떤 선택을 했으며 그때 가능한 조치는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

책임을 넓힌다는 말이 모두에게 조금씩 나누어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역할별로 해야 할 일을 분명히 하고, 미흡했던 지점을 고칠 주체와 시점을 정해야 한다. 사회가 반성해야 한다는 말만으로는 다음 가족에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기관의 설명도 피해자의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 처리 절차가 끝났다는 말이 아이의 생활이 안전해졌다는 뜻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평가 기준이 서류의 완결성에 머물렀다면 생활의 변화도 볼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행정의 언어를 사람의 하루로 번역하는 작업이다.

사회적 책임을 말할 때 시민의 역할을 과장해서도 안 된다. 모든 이웃에게 전문적인 위험 판단을 요구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자기 생활을 꾸리는 데도 바쁘다. 그래서 개인의 선의가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 체계보다, 우려를 느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명확한 창구와 전문 지원이 필요하다.

부모에게도 책임을 수행할 현실적인 방법을 알려야 한다. 아이를 잘 키우라는 요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기 상태가 위험하다고 느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잠시 돌봄을 나눌 길은 어디에 있는지, 문제가 반복될 때 어떤 도움을 이어갈 수 있는지 구체적이어야 한다. 도움을 청하는 행동을 책임의 일부로 인정해야 한다.

누군가는 그래도 모든 사건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완전한 예방을 약속할 수 없다. 그러나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개선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놓친 연결 하나를 고치고 이용하기 어려운 지원 하나를 바꾸는 일에도 의미가 있다.

책임을 묻는 목적은 과거를 설명하는 데만 있지 않다. 다음의 선택을 달라지게 하는 데도 있다. 부모는 어떤 경계를 지켜야 하고, 기관은 어떤 연결을 책임져야 하며, 사회는 어떤 자원을 마련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의 생명을 해친 책임을 분명히 하자. 그리고 그 아이가 위험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했던 책임도 살피자. 두 문장을 함께 말하는 것이 복잡하더라도, 복잡한 현실을 단순한 탓으로 바꾸는 것보다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