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지 않았다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날

5부 · 사이글 5

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날

이 글은 회복을 단순한 성공담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쓴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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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회복을 단순한 성공담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쓴 허구다.

저녁 식탁에서 서윤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오늘도 같은 반찬이라는 이유였다. 정은은 순간 마음이 상했다. 종일 바빴고 장을 볼 여유도 없었다. 아이가 자기 사정을 조금만 알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같으면 네가 엄마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아느냐고 말했을 것이다. 정은은 입을 열었다가 잠시 기다렸다. 서윤은 자기 저녁에 관한 불평을 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머니의 하루 전체를 재판하는 말로 바꾼 것은 자신일 수 있었다.

“오늘은 다른 걸 준비하기 어려웠어. 그래도 싫다는 말은 할 수 있지.”

정은은 냉장고를 열어 남은 반찬을 찾았다. 특별한 음식이 나오지는 않았다. 서윤은 조금 먹고 그만 먹었다. 정은은 아이의 식욕을 이 집의 회복 정도를 알려 주는 시험처럼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하루의 저녁은 하루의 저녁일 수 있었다.

문제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정은은 여전히 다음 달 지출을 걱정했다. 상담 약속을 한 번 놓쳤고 다시 연락하는 데도 망설임이 있었다. 담당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유를 묻고 가능한 시간을 조정했다. 정은은 변명을 잘해서 지원을 이어 가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민재의 집에도 불편한 저녁이 있었다. 아버지가 약속보다 늦게 돌아왔다. 민재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현관 소리에 몸이 굳었다. 아버지는 그 반응을 보았다. 자신이 요즘 잘하고 있다는 말을 아이에게 확인받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 요구를 하지 않았다. 과거의 두려움이 어른의 일정에 맞춰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버지는 늦어진 이유와 다음의 연락 방법을 설명했다. 민재가 곧바로 웃지 않아도 대화를 끝낼 수 있었다. 용서받아야만 계속 잘할 수 있는 사람처럼 굴지 않기로 했다. 아이의 반응이 자신의 변화를 보상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현은 학교에서 서윤이 친구와 다투었다는 말을 들었다. 어려움을 겪었으니 무조건 봐주자고 하지도, 이제 괜찮아졌으니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하지도 않았다. 다툰 이유를 듣고 필요한 지도를 했다. 아이의 과거는 현재의 모든 행동을 설명하는 이름이 아니었다.

우리는 회복한 사람의 모습을 너무 단정하게 그리곤 한다. 도움을 받은 뒤에는 밝아지고, 가족은 서로를 더 사랑하며, 생활은 조금씩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실제의 날들은 오르내릴 수 있다. 지원을 받는 중에도 짜증과 다툼과 실패가 생길 수 있다. 그때마다 도움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장면들에서 달라진 것은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아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곧바로 끝을 뜻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다시 연락할 수 있고,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아이가 자기 마음을 말해도 관계가 끊어지지 않을 수 있다.

설거지를 마친 정은이 식탁을 닦는다. 서윤은 내일 준비물을 묻는다. 두 사람은 작은 종이를 찾아 적는다. 오늘 저녁이 특별히 행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아이가 내일의 일을 묻고 어머니가 대답한다.

나는 그 장면을 회복의 한 모습으로 남겨 두고 싶다. 누구도 위대한 사람이 되지 않았지만 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그 하루를 계속할 조건이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마련해야 할 중요한 변화다.